엎드려서 쓰는 블로그

걸어도 걸어도 본문

Insight/Movie

걸어도 걸어도

샤니샤니 2017. 6. 2. 08:31

◎ 작성일 : 2014. 02. 08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갑작스레 일본 영화가 보고 싶어져 선택한 '걸어도 걸어도'.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숨진 장남 준페이의 기일이다. 무뚝뚝하고 고집 센 아버지와 나긋나긋하지만 말마다 뼈가 있는 어머니의 집에 딸네 식구들과, 남편과 사별한, 애 딸린 여자를 아내로 맞은 차남네 식구들이 모여든다.

  내 마음에 남는 두 사람은 엄마와 유츠시다.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와 아빠를 먼저 보낸 아들. 

  




 준페이에게 구해진 요시오를 매년 기일마다 오게하여 괴로움과 함께 준페이의 기억을 되새기도록 하는 것, 차남 료타는 이제는 그만 하시라 말하지만 어머니는 10년 가지곤 어림도 없다고 단호하게 답한다. 의사로서의 체면이 전부인 성질 고약한 남편, '걸어도 걸어도'는 어린 료타를 업고 찾아간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들었던 노래의 가사였다. 딸래미는 살가와도 결국은 남의 식구. 무뚝뚝하긴 제 아빨 빼다 박은 료타, 눈에 차지 않는 며느리까지. 엄마의 마음은 참 닳고 닳아서, 손때가 잔뜩 묻어서 반질반질했을 것이다. 답답한 가슴을 손으로 치고 어루만진 세월이 얼마였을까.

  

  아빠를 잃고 료타를 새 아빠로 갖게 된 유츠시.                


 


 유츠시는 아빠에 관한 걸 그다지 기억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죽은 토끼에게 편질 쓰자던 친구의 말을 비웃던 어린 남자아이는, 허공에다 대고 돌아가신 아빠에게 고백한다. 아빠와 함께 잡았던 나비를 보았다고, 아빠처럼 피아노 조율사가 되고 싶다고. 나비 기억 나느냐 묻던 엄마에겐 기억 안 난다고 대꾸하고, 음악 선생님이 좋아서 피아노 조율사가 되고 싶다고 할아버지께 말씀 드렸던 것과는 달리 유츠시는 아빠에 대한 마음을 자기 속에다만 감춰두고 있었다. 죽은 사람에 대한 마음을 품어봤자 소용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날아든 나비를 보고 준페이라 부르며 간절하게 손을 뻗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기 전 까지는.

 

 엄마가 아빠에게 비밀로 했던 노래, 요시오 군을 10년째 오게 한 이유, 유츠시가 피아노 조율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가깝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들. 말하기 어려운 것들. 

 

 유츠시는 아마 피아노 조율사가 되고나서도 어린 시절 음악 선생님을 사모하여 꿈을 품게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깊은 밤엔 아빠에게 말을 걸며 조금쯤 흐느낄 지도 모른다. 

 

'Insight >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나먼 다리 A Bridge Too Far  (0) 2017.06.03
국화와 칼 - 루스 베네딕트  (0) 2017.06.02
공군력을 통한 승리 Victory through air power  (0) 2017.06.02
큐어  (0) 2017.06.02
레마겐의 철교  (0) 2017.06.0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