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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서 쓰는 블로그
해방 전후 - 이태준 본문
◎ 작성일 : 2014. 02. 25
이태준의 해방 전후. 언젠가 인터넷에서, 문체 교정을 위해 필사를 좀 하고 싶은데 어떤 작가의 작품이 좋겠느냐는 질문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댓글로 이태준을 알게 되었다.
해방 전후는 제목처럼, 해방 직전과 직후의 이야기를 현이라는 사람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현은 나름대로 글 깨나 쓴다는 작가이나 어쩐지 요새는 통 써지지가 않는다. 해방 운동하는 친구들과 어울린 적은 있으나 적극적으로 가담한 적은 없다. 일본 순사들과도 가까운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덮어놓고 멀리하지는 않는다. 이런저런 문학인 모임에 초청되기는 하나 발걸음이 언제나 가벼운 것은 아니고, 가서도 마냥 편치만은 않다.
해방 직후 현은 공산주의 색이 든 친구들의 일에 서명을 해주었다. 그저 이름만 빌려줬던 것은 아니고, 꼼꼼하게 읽어본 뒤 그제야 내 생각과 같구나 하고 서명을 해 주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의 일에 작은 사건이 발생하고, 현은 현대로 왜 공산주의를 하냐는 주변인들의 불만스런 눈초리를 받게 된다. 신탁 통치로 시끌 시끌한 와중, 반탁을 외친 임정에 반대하는 현의 모습은 그것을 더욱 부추겼다.
그러나 현은 항변하기를, 고초를 겪었대도 해내의 사람들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더욱 겪었는데 왜 그들을 대우해주지 않느냐, 또 무턱대고 반탁을 외쳐봤자 소련과 미국이라는 두 강자가 한반도를 그 대결 무대로 삼은 와중에 그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더불어 자신이 '변했다'는 말을 들을만큼 해방 전에 뭐 어떤 입장을 취했었느냐 볼 멘 소리도 하면서 말이다.
나는 작품을 다 읽고나서 대뜸 떠오른 것이, 영화 '바람의 검 신선조'였다. 총을 든 신식 군대에게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 한 자루 쥐고서 달려들던 그 마지막 모습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 '해방 전후'에는 김직원이란 노인이 나오는데, 아직도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사람이다. 현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바른 몸가짐과 고고한 정신에 반하여 기인여옥이라 예찬하였고 자주 왕래하며 교류하였다. 그러나 해방 후 둘은 나라와 민족의 향방에 대하여 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며 멀어지고 만다. 마지막 국호가 대한제국이었으니, 나라 이름은 응당 대한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끝끝내 상투는 자르지 않은. 이 김직원은 그 마지막 사무라이와 닮았다. 구닥다리일지언정 그들이 품은 신념만은 그 누구의 것보다 반짝이는 것일게다. 하지만 아무리 갈고 닦아도, 더 이상 알아줄 이 없는 빛인 것을...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의 이능도 생각이 난다.
하지만 또 마냥 순수한 절개로 보기만은 어려운 점도 있다. 김직원과 현은 나이 차가 꽤 나는 사람들이라, 세상의 어느 한 시기를 공유하고 있을 뿐이지 온전히 같은 세상을 산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이 김직원이고, 김직원이 현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김직원의 그 굽힘 없는 자세는 김직원이란 사람의 것이 아니라 김직원 또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정서 그 자체가 아니겠냐는 말이다. 어디 김직원 뿐이랴, 세상엔 온갖 사람들이 다 있는데 말이다. 거기다 누굴 갖다가 놓더라도, 소란스러운 해방 전후의 모습은 그대로 그 사람을 삼켜버릴 것이다.
음, 역시 우리나라 고전은 그냥 읽으면 읽는대로 읽히는 게 아니라 곱씹고 곱씹으며 자근자근 씹어야지만 알 수 있는 점이 좋다. 사실 난 첫번째 문단에서부터 거의 1분을 들여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긴치 않은 심부름이란 듯이'란 표현에 가볍게 감동하고 문단 전체가 묘사하고 있는 저 심리 상태를 마치 내가 느끼고 있는 양 두근두근하며 읽어나갔다.
그 첫 문단 -
호출장이란 것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시달서라 이름을 바꾸었다고는 하나, 무슨 이름의 쪽지이든, 그 긴치 않은 심부름이란 듯이 파출소 순사가 거만하게 던지고 간, 본서에의 출두 명령은 한결같이 불쾌한 것이었다. 현 자신보다도 먼저 얼굴빛이 달라지는 아내에게는 으레 심상한 체하면서도 속으로는 정도 이상 불안스러워 오라는 것이 내일 아침이지만 이 길로 가 진작 때우고 싶은 것이, 그래서 이 날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밥맛이 없고, 설치는 밤잠에 꿈자리조차 뒤숭숭한 것이 소심한 편인 현으로는 '호출장' 때나 '시달서' 때나 마찬가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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