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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서 쓰는 블로그
그는 누구인가, 신인가, 아니면 ㅡ (1) 본문
그가 난 곳은 인적이 닿지 않은, 짙푸른 첩첩산중이었다. 났다는 것은 그가 어머니로부터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라 초목이 흙에서 돋아난다고 할 때의 그것과 같았다. 마치 그는 이 땅이 태동하던 그 맨 처음의 시간에 이미 존재하였다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뿐인 것만 같았다. 뜻밖의 어느 호기심 많은 빛줄기 하나가 그의 눈꺼풀을 비집고 들어가려 안간힘을 쓰던 그 때, 무의식의 커튼은 일순간에 착하고 걷혔다. 그는 눈을 뜬 순간 자연스럽게 단단한 팔을 뻗었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데서부터 시작해 짐짓 허벅지에까지 힘을 주었다. 갓 생동하여 흐믈흐믈하고 연약한 자신의 의식을 지지해주는 이 인간이라는 형식의 모양새를 감지하기 위해서.
이윽고 그는 어미 뱃 속에서 막 빠져나와 축축하게 젖은 송아지마냥 어설픈 자세로 간신히 일어섰다. 그리고 한 쪽 발을 내딛었다 곧장 고꾸라져 주저앉고 말았다. 걷는다는 일은 그에게 몹시 어색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억센 풀에도, 연한 풀에도 그는 연신 걸려 넘어져 손목을 긁히고 뺨을 깠다. 얼굴에서 피가 조금 흘렀지만, 이 나체의 사나이에게 신비로움만을 더해줄 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계속 앞으로ㅡ 앞으로ㅡ 나아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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