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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샤니샤니 2017. 5. 31. 11:05

◎ 작성일 : 2016년 3월 15일

 학교를 휴학하고, 사회 운동에 고개를 빼꼼 하던 시절의 내게 S가 추천해주었던 책. 당시 S는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었고, 내게 이 책을 읽고나면 많은 것들이 달라보일 것이라고 했었다. 그 때의 S는 이 책이 이렇게나 유명해질 줄 알았을까? 어떤 사람들은 이 책 이름을 '메갈리아의 딸들'이라고 잘못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공연한 추측이 충분히 그럴 듯할 정도로, 이 책은 꽤나 영향력 있는 사회적 현상의 한가운데 놓이게 됐다.

 이 책을 처음 몇 장 들춰봤을 땐 그저 고정된 성역할에 불만을 품은 여성 작가가 반발심에 여성 남성(이하 책 속 용어대로 움, 맨움)을 뒤바꿨을 뿐인 것 같아 조금 실망했다. 당당한 움과 위축된 맨움, 불편한 속옷에서부터 스킨십의 주도성까지. 유튜브에서 정확히 이 지점까지만 했던 비디오를 본 적이 있는데, 꽤 충격적이었었다. 고정된 성역할을 극단적으로 교체하여 충격을 주고자 함이 이 책의 유일한 목적이었다면 책보다는 이 영상 하나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래도 읽을수록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얼마나 고심했을까가 느껴지긴 했다. 짧은 글을 쓰는 것(짧은 영상을 만드는 것)과 긴 글을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타고난 본능에 의한 기질과 사회적으로 학습한 결과로서의 기질의 범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작가는 아마 꽤나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아기에 대해 움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맨움들을 보면서 특히 그런 걸 느꼈다. 양육이 사회적으로 맨움의 역할로 규정지어졌다고 하더라도, 움이 맨움보다 아기에 덜 애착을 느낀다는 게 가능할까? 나는 모성애라는 것이 몸에 배고 양분을 나눠가며 기르는 중에, 나를 아끼는 마음이 내 몸의 일부인 아기에게 옮아가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여겨왔었는데 말이다. 물론 누구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무엇으로 인한 기질인지 판별할 수 없는 것이다마는.

 여자로 태어난 탓에 사회적으로 손해를 본 적이 있느냐 묻는다면, 음,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의식적으로 이뤄졌던 것 같지는 않다. 아주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굳이 단정적으로 너는 여자니까! 하면서 행해진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어쩌면 바로 그것이 잘못된 점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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